독특한 장르와 느낌의 영화가 있다. 상당히 오래된 영화로 디카프리오의 젊은 시절이 나온다.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나름 괜찮은 영화 '비치(The Beach)'다.
장르 : 드라마, 모험
등급 : 청불
감독 : 대니 보알
주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다니엘 요크, 퍼처러원 파타러키자논, 비에르지니 르도엔, 기욤 까네, 로버트 칼라일
러닝타임 : 118분
평점 : ★★★☆
공식 소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일탈을 꿈꾸며 태국을 여행하던 청년. 지상낙원이라는 비밀의 섬에 관한 얘기를 듣고 그곳을 찾아간다. 그리고 쾌락을 추구하는 공동체를 만나 그 생활에 푹 빠져드는데. 하지만 한 꺼풀씩 벗겨지는 낙원의 실체를 감당할 수 있을는지.
누구나 어린시절 한 번쯤 생각해 봤던 미지의 이상향에 대해 그린 영화다. 이상향을 찾는 이들과 실제 이상향이 가질 수 있는 현실에 대해 잘 담아낸 스토리다.
'줄거리 및 결말'
아래 내용에는 일부 스포가 포함되어 있다.
주인공 리차드(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미국에서의 삶에 지쳐,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태국으로 오랜 기간 여행을 간다. 리차드가 묵게 된 숙소의 양 옆 방에 있는 인연들과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먼저 그의 오른쪽 방에 묵는 대피(로버트 카일라일)는 마약에 찌든 상태로, 리차드에게 미지의 환상적인 섬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 그리고 친절하게 그 섬으로 찾아가는 지도까지 마련해준 채 죽는다. 스스로 미쳐서 목숨을 끊은 듯 보이지만 그의 죽음에 관한 명확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다음으로 왼쪽 방에 묵는 커플 에띠엔(기욤 까네)과 프랑소아즈(비에르지니 레도엔)는 그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일행이 된다. 리차드가 지도를 가지고 미지의 섬으로 떠나기로 마음먹고, 이들에게 함께 갈 것을 제안한다. 중간중간 리차드가 프랑소아즈를 좋아하고 있음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한 번에 그 섬으로 찾아가는 방법은 없었기에, 여러차례 교통편을 바꿔 탄 후 미지의 섬 가까이에 있는 다른 섬에 도착한다. 그리고 가는 도중에 리차드가 옆방에 묵은 처음보는 이들에게 이 섬의 존재와 지도를 알려주게 된다.
이 당시는 별일 아니었지만 후에 이 행동으로 인해 큰 위험에 빠지게 된다. 어쨌든 리차드와 프랑소아즈, 에띠엔은 미지의 섬에 가기 위해 수영해서 가는 방법을 택하고 근처에 있는 섬에 모든 짐을 내버려둔채, 수영으로 미지의 섬에 간다. 그리고는 그 섬에서도 특히 완벽한 비치를 가졌다는 환상적인 공간을 찾아 헤맨다.
헤매던 중에 그 섬에 무장한 현지인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그들에게 들키지 않고 무사히 해변을 찾는다. 그 곳에는 리차드 일행처럼 이상향을 찾아와서 정착한 이들이 이미 살고 있었다.
이들은 섬에 살고 있던 현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갈 것을 약속하고 정착을 인정받아 살고 있었으며,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게 할 것을 현지인들에게 약속한 상태였다. 이 집단은 처음에는 리차드 일행을 경계하지만 현지인들에게 들키지 않고 무사히 온 이들을 집단에 받아들여 준다.
이들은 정말 환상적인 해변 앞에서 집을 짓고 살고 있었고, 자급자족하며 문명과 복잡한 스트레스로부터 떨어진 채 살아가고 있었다. 하루하루 살아가며 리차드 일행은 색다른 행복을 경험하고 이 비치가 진정한 이상향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리차드와 프랑소와즈는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알게되고, 에띠엔이 프랑소와즈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그녀와 헤어지는 것을 선택한다. 결국 리차드와 프랑소와즈가 연인이 되어 섬에서 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던 중 리차드가 어린 상어의 습격을 받게 되지만 기지를 발휘해 상어를 죽이고 살아돌아 온다. 오랜 기간의 악천후로 식량이 부족했기에 리차드는 순식간에 공동체에서 인정을 받고 신뢰를 얻는다.
그 후 집단의 리더인 칼(틸다 스윈튼)이 식량을 구하러 태국 본토로 가야한다고 말하며 리차드를 찍어 데리고 간다. 칼은 애초에 리차드에게 어느정도 마음이 있어서 데려간 것이며, 리차드가 정보를 퍼뜨리고 다닌 사실을 눈 감아주는 대신 성적 관계를 맺는다. (과거 리차드가 정보를 알려준 이들이 찾아와 칼 앞에서 미지의 섬 이야기를 하면서 칼이 이 사실을 알게됐다)
리차드는 이 때도 자신이 정보는 퍼뜨렸지만 지도는 주지 않았다고 거짓말 한다. 어쨌든 필요한 물품을 다 산 후 섬으로 돌아온다. 몇 일 후 큰 상어에게 사람들 일부가 습격을 당하고 죽는 이와 부상당하는 이가 생긴다. 이 상황에서도 리더인 칼은 의사를 데려올 수 없다고 환자를 방치한다.
결국 고통에 신음하는 환자를 데리고 살게 되지만, 쾌락과 즐거움만을 쫓는 집단은 이 환자와의 삶을 거부한다. 집단은 환자를 외진 곳에 버리기로 결정하고 에띠엔만이 남아서 환자를 돌본다.
다시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칼은 리차드가 지도를 준 이들이 미지의 섬으로 오려고 가까운 섬에 정착한 것을 알게된다. 화가 나서 리차드에게 그들이 오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처리하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이 와중에 칼과 본토에서 함께 잔 것을 프랑소와즈에게 들키고 연인 관계도 끝이 난다.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은 리차드는 점점 미쳐가며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다.
섬에서의 삶을 게임처럼 생각하고, 위험하고 과감한 행동들을 거침없이 한다. 결국은 리차드의 지도를 보고 미지의 섬에 찾아온 여행객들이 현지인들의 총에 맞아 죽는다. 이 때 리차드가 그들이 죽게 만드는데 일조를 한다. 하지만 그들의 시체를 보고 정신을 차린 리차드는 급히 마을로 돌아가, 프랑소와즈와 에띠엔을 데리고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현지인들에게 붙잡히고 현지인들은 약속을 어긴 집단의 리더 칼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약속을 깨고 섬을 위험하게 만든 리차드를 죽이든가 이 섬을 떠나든가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인 칼은 결국 리차드에게 방아쇠를 당기고, 그 순간 모든 신뢰가 무너져 버린 집단의 인원들은 배를 타고 섬을 떠난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칼은 섬에 남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 날, 미국에서 평범한 삶을 살던 리차드에게 메일이 한 통 온다. 프랑소와즈가 보낸 메일로 사랑하는 프랑소와즈라는 메시지와 미지의 섬에서 모두들 함께 찍었던 사진을 보낸다. 그리고 영화는 끝이 난다.
'리뷰'
참신한 소재와 독특한 접근을 보여준 실험적인 느낌의 영화다. 처음에 영화 소개를 읽어본 후 보게 됐지만, 영화소개 내용을 봤을 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영화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만큼 영화에서 흔하게 다루지 않는 소재와 접근이었다.
물론 이상적인 사회나 장소에 대한 영화는 꽤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속 가까운 곳을 다루지는 않는다. 특히나, 이런 내용은 SF 장르의 영화가 아니라면 더더욱 다루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이 영화는 아주 가까운 곳은 아니지만 배 타고 가면 있을 외딴 섬을 이상향으로 지정하면서 관심과 몰입도를 올려준다. 어린 시절 한 번쯤 꿈꿔왔던 다소 먼 어딘가에 있을 보물섬처럼 말이다. 하지만 영화 속 장소가 보여주는 이상적인 느낌은 다소 허술하다.
사실 기가 막히게 멋지고 아름다운 해변과 외부의 스트레스나 자극이 없이, 자급자족으로 이루어지는 그들의 삶은... 사람에 따라서는 전혀 이상향이 아닐 수도 있다. 나 역시 이 포인트에서 살짝 공감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영화 초반에 대피의 설명으로는 마치 천국과 같은 곳이지만 그냥 맑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숲 속 원주민의 삶 정도랄까...
어쨌든 영화는 어떤 이상향이든 생겨날 수 있는 인간 존재 자체가 만들어내는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한다. 어느 곳이든 인간들이 모여서 집단을 이루고 사는 곳에서는 생길 수 밖에 없는 문제. 바로 인간의 이기적인 면이 만들어내는 권력과 규칙, 그리고 장점으로 뽑았던 외부와의 단절이 가진 맹점이다.
이 영화 속 비치가 무너져 내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인간의 이기적인 특성이다. 동료가 죽어가더라도 자신들의 행복을 더 소중히 여기는 모습, 리더의 자리에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싶은 욕망,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동.
영화 속 이상향 비치는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공간인 것이다. 그 공간 자체는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인간들에게 맞는 파라다이스란 있을 수 없다. 자신들의 욕심과 이기심을 버리지 않는 이상.
그것이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는 다소 힘이 빠지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애매하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몇 가지 이야기들도 마찬가지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상향이라고 소개된 곳의 매력도 그렇다.
특히, 영화 초반에 나온 댄피의 죽음과 그가 섬에서 나오게 된 이야기, 중간에 리차드가 그를 숭배하는 내용까지 댄피와 관련된 스토리는 딱히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래도 참신한 접근과 시도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디카프리오의 리즈시절을 볼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다. 2000년도에 개봉한 영화로 타이타닉이 끝나고 2년 정도 흐른 후의 영화다. 아직 살이 찌기 전의 디카프리오는 태국에서도 미모를 뽐낸다.
그러고 보면 젊은 시절부터 디카프리오는 실험적인 영화를 많이 찍은 참배우다. 다양한 장르와 역할을 시도하는 배우이기에 그가 남긴 좋은 작품들이 정말 많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인셉션을 비롯해서 말이다.
참고로 영화 제목이 비치인데, 이 영화 비치에 나온 섬은 실제로 태국에 있는 '피피섬'이다. 대부분의 촬영이 이 섬에서 이루어 졌다고 한다. 언젠가 한 번 쯤 꼭 가보고 싶은 아름다운 해변이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치고는 굉장히 오래된 영화지만, 촌스럽지 않은 영화다. 색다른 느낌의 어드벤처 영화가 보고 싶다면 한 번 쯤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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