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웰메이드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SULLY)'를 추천한다. 극적인 실제 사건을 다루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담담하게 잘 담아낸 영화다.
장르 : 드라마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 톰 행크스, 로라 리니, 아론 에크하트, 안나 건, 샘 헌팅톤, 제리 파라라
러닝타임 : 96분
평점 : ★★★★☆
공식 소개 내용은 아래와 같다.
탑승객 155명을 태운 1549편 여객기를 조종하여 이륙하던 설리 기장은 충분한 고도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들과 충돌하여 양쪽 엔진을 모두 잃고 만다. 절체절명의 순간 설리 기장은 주어진 208초의 시간 동안 위험을 무릅쓰고 850미터 상공에서 허드슨강으로의 수상 착륙을 시도한다.
제목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에서 설리(SULLY)는 사건 당시 비행기를 운항하던 기장 '체슬리 설렌버거'의 호출명이자 애칭이다. 그리고 허드슨강은 미국 뉴욕주 동부를 흐르는 강이다.
'실화'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실제로 '허드슨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US 에어웨이즈 1549편 항공기 불시착 사고를 바탕으로 영화는 제작되었다.
이 사고는 승객과 승무원 155명(승객 150, 승무원 5)을 태운 비행기가 현지시간으로 2009년 1월 15일 오후 3시 30분쯤 미국 뉴욕주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하여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으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이륙 직후 새떼의 충돌로 인해 엔진에 불이 붙으면서 센트럴 파크 인근에 위치한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사고다.
이 사고는 탑승자 전원이 생존하면서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줄거리 및 결말'
아래 내용은 일부 스포가 포함되어 있다.
영화는 설리(톰 행크스) 기장의 꿈으로 시작한다. 뉴욕 시내 한복판에 자신이 조종하는 비행기가 충돌하는 꿈과 함께 설리는 잠에서 깬다. 영화는 이미 사고가 발생한 이후의 시점을 다룬다.
비행기 사고 이후 설리는 부기장과 함께 NTSB 조사관에게 조사를 받게 된다. 조사 시, 조사관은 사고당시에 가까운 공항으로 가지 않고 허드슨강에 불시착 한 것에 대해서 설리를 추궁한다. 그리고 사고 당시에 한쪽 엔진이 완전히 고장난 상태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조사관들은 기체와 승객들 모두를 안전하게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설리의 잘못된 판단으로 모두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몰아간다.
이에 설리는 자신의 선택이 진정으로 옳은 선택이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한다. 조사 과정에서 부기장은 설리의 편을 들며 그의 판단은 베테랑 기장으로서 완벽했고 최선이었음을 어필한다. 하지만 에어버스에서 시행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는 사고 당시 충분히 회항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나온다.
조사 중간중간 설리의 고뇌와 걱정들이 나오며 자신의 판단이 최선이었음을 증명해내야 하는 그의 부담감이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내적 상황과는 달리 언론과 주변에서는 그를 영웅으로 칭송하며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다.
영화는 처음이 아닌 중간쯤에 불시착 사건에 대해 보여준다. 비행기가 출발해서 새떼로 인해 양쪽 엔진을 모두 잃는 과정, 그리고 짧은 시간동안 고민 후에 회항이 어려우니 허드슨강에 불시착하기로 한 설리의 결정. 그리고 강에 무사히 불시착한 후 구조대와 주변 선장, 선원들의 도움으로 155명 모두가 구조되는 과정.
이 과정 속에서 설리와 부기장, 승무원들은 승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마지막까지 그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탑승자 전원 생존이라는 기적을 만든다.
다시 사건 후로 돌아와, 한 술집에 들어간 설리가 우연히 선택의 타이밍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증명하기 위한 방법을 떠올린다. 그리고는 친분이 있는 직원에게 부탁해 공청회에서 사고 당시 음성을 듣기 전, 항공 시뮬레이션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공청회에서 완벽하게 회항에 성공했던 시뮬레이션을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본다. 반복되는 시뮬레이션도 역시 회항에 성공한다. 그 순간 설리는 해당 시뮬레이션에는 인적 요소가 하나도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고 조사관들에게 말한다. 인적 요소란 실제로 그런 상황을 처음으로 접한 조종사가 긴급조치와 함께 어떤 선택이든 내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한 것이다.
그리고 설리는 시뮬레이션을 한 조종사들이 몇 번이나 연습하고 실시한 시뮬레이션인지 묻는다. 무려 17번이었다. 그들은 똑같은 상황을 17번이라는 연습 후에 시뮬레이션했기 때문에 전혀 당황하지 않고 조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조사관들도 설리의 의견을 존중하고 35초라는 시간을 더한 뒤 다시 시뮬레이션을 한다.
35초를 더한 시뮬레이션은 모두 도착에 실패한다. 그리고 엔진에 대해 검토한 결과도 실제로 양쪽 모두 고장난 상태였음이 밝혀지며 설리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해준다. 그렇게 영화가 끝이 난다.
'리뷰'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영화 제목에 기장의 이름을 넣은 것을 보면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으로 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영화 자체의 길이는 다소 짧은 편이지만 담백하게 사건과 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세월호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지켜봤던 사람으로서, 사건 당시의 기장과 부기장, 승무원들의 책임감 있는 행동이 더욱 빛이 나 보였다. 그들 뿐만 아니라 근처에 있던 선박의 선장과 선원들, 그리고 순간의 지체없이 현장으로 날아간 구조대원들까지 모든 이들의 책임감과 용기는 과장되지 않았음에도 충분히 전달이 되었다.
영화는 정말 과장스럽지 않기 때문에 약간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도 느껴진다. 극적인 사건이지만 극적이지 않게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물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조사관들과 설리의 대치상황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는 적대적인 상황은 없었다고 하니 이런 부분은 영화의 재미를 위한 약간의 연출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완벽한 배우의 연기다. 톰 행크스의 연기는 정말 소름이 끼친다. 극적인 연기를 보여줘서가 아니라 그냥 정말 설리라는 사람일 것 같은 그의 연기 때문이다. 과장된 연기를 하지 않더라도 작은 표정 변화나 말투, 행동으로 충분히 설리가 느꼈을 내면의 고통, 걱정 등을 전달 해준다.
내가 본 것은 영화지만 마치 실제로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이제 연기에 정말 도가 튼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부기장을 비롯한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영화는 제목처럼 설리에게 대부분의 포커스를 맞춘다.
허드슨강의 기적이 세계적으로 자랑하고 싶은 일이었다는 것, 그리고 누가 봐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멋진 기적이라는 것. 영화는 이러한 메세지를 잘 전달한다. 또한 국적은 다르지만 설리라는 사람 자체의 책임감과 직업의식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한 직업에 40년이라는 시간을 쏟아 부으면서 누구보다 자부심이 있고, 자신감이 있는 그의 모습은 시대적으로 약해져 가는 직업의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된다. 특히나 사람들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기에 더욱 강한 사명감을 가져야 함을 그렇지 않은 누군가에게 강하게 말하고 있다.
이 영화는 사실 제목과 소개만 보고 재미없는 영화라고 생각해 몇 번이나 넘겼던 영화였다. 그러다 별 생각없이 재생한 영화였는데 안 보면 정말 후회할 뻔 했다. 그만큼 기대 이상의 재미와 감동을 주는 이야기다.
자극적인 영화가 필요하다면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누구에게나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웰메이드 영화로 추천한다.
무려 아카데미 감독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마찬가지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2회나 수상한 톰 행크스의 조합. 이들이 전하는 감동 실화는 정말 더할나위 없는 완벽한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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