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최근에 올라온 영화 '어스'를 리뷰한다.
굉장한 인기와 반응을 얻어낸 '겟아웃' 감독의 후속작이라기에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아, 조금 특이할 수 있지만 '겟아웃'은 아직 안 봤다...
장르 : 스릴러, 공포
등급 : 15세 관람가
감독 : 조던 필
주연 : 루피타 뇽, 윈스턴 듀크, 엘리자베스 모스, 팀 헤이덱커
러닝타임 : 116분
평점 : ★★★★
공식 소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우리는 누구인가? 엄마, 아빠, 딸, 아들
그리고 다시 엄마, 아빠, 딸, 아들…
공식소개 내용이 굉장히 성의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 의미였구나 깨닫게 되는 영화다.
이 영화는 엔딩에서 작가의 특별한 메시지가 내재되어 있는 영화이기에 아래 리뷰에 스포가 포함되어 있다.
영화의 첫장면은 티비 속의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닥 대단할 것 없는 사소한 티비속 광고 같지만 이 부분이 굉장히 필요 이상으로 오랫동안 노출이 된다. 그렇다면 이 장면에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 그렇다. 이 부분이 영화의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광고내용은 1986년을 배경으로 당시 미국에서 600만명의 사람들이 손을 잡고 15분간 'We are the world' 노래를 부른 배고픈 기아들을 위한 퍼포먼스 내용이다. 이것은 현재 트럼프 정권에서 멕시코와의 국경에 쌓고 있는 펜스에 대한 묘사이며 이를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해석된다.
영화 전체적으로 인종차별과 미국우선주의 등 현재 트럼프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상당히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주인공 가족은 흑인이다. 이 영화의 감독 역시 흑인으로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를 명확히 하고자 이러한 캐스팅을 한 듯 보인다.
티비 장면 이후로 어린 여주인공은 놀이동산에서 외딴 곳에 놓여져있는 유령의 집을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가족의 품에 돌아와 성인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좋은 남편을 만나 가족을 꾸리게 되고 온 가족이 어린시절 방문했던 놀이동산(현재는 해변가만 남아있다)에 가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영화 중간중간에 놀이동산에 무언가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 굉장히 여러번 나온다. 주인공의 광적인 놀이동산에 대한 거부감의 표시와 그 장소에서 예레미야 11장 11절을 들고 있는 동일인물의 과거, 현재 반복적인 등장.
예레미야 11장 11절은 참고로 "보라. 내가 재앙을 그들에게 내리리니 그들이 피할 수 없을 것이라. 그들이 내게 부르짖을지라도 내가 듣지 아니할 것인즉." 이라는 구절이다. 무언가 내용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나는 이 글귀가 현재 트럼프의 행동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들에게는 트럼프의 행동이 마치 재앙과 같이 느껴진다는 것을, 그리고 유색인종의 부르짖음은 듣지 않는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내용이 아닐까.
미국을 뜻하는 표현은 제목에서도 볼 수 있다. 어스 US, United State의 약자로 현재의 미국을 대놓고 말하고 있다.
영화의 내용으로 돌아와서, 영화의 중간쯤 공개 소개에 써있는 글의 의미가 서서히 밝혀진다. 집 안에 엄마, 아빠, 딸, 아들이 있는데 똑같은 실루엣의 엄마, 아빠, 딸, 아들이 집 앞에 보인다. 아무런 말과 행동 없이 가만히 서서 그림자를 비춰주는 그 잠시동안 극도로 영화에 빠져든다.
이 이후에는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듯한 전개를 보인다. 서로를 죽이기 위해 싸우고 도망치는 모습이 다소 우스꽝스럽게 나오며 공포감은 상당히 떨어지는데 이런식의 전개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결말에 가서 밝혀진다.
똑같이 생겼지만 굉장히 어색한 그들의 표정, 행동, 말투. 허술하게 싸울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이유는 정상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가에서 만든 복제인간 실험의 희생양들로 지상의 사람들과 비슷하게 지하에서 삶을 살아가지만 훨씬 더 열악하다.
먹는 음식도 토끼 고기 뿐이고(물론 조리는 안 하는듯 하다...) 말은 배우지도 않았기에 할 줄 모른다. 그리고는 지상의 인간들과 어떠한 연결성 때문인지 행동하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는 것까지도 자신의 분신과 똑같이 진행된다. 본인의 의지가 아닌 지상의 인간들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삶이 결정되기에 이들에게 주체적 자아란 없다.
결말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 레드는 복제 인간과 실제 인간의 삶이 바뀌었다. 바로 어린시절 놀이동산에서 서로를 만났던 그 순간, 복제 인간 레드는 지상으로 올라와 다소 긴 시간의 적응기(말을 못하는 시기)를 보낸 후 완벽하게 사람의 삶을 살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 인간이었던 레드는 지하로 내려가 지상의 삶을 계속해서 갈망하며 성인이 된 후 지하의 복제 인간들을 이끌고 지상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그 동안의 분노를 자신들의 실제 인간을 죽이는 것으로 표출해낸다. 그리고 그들은 지상으로 올라와 또 다른 손에 손잡고를 보여준다. 이 행동의 의미는 사고 능력이 없는 그들에게 어린시절 만을 지상에서 경험했던 주인공 레드가 전해준 의미 있는 행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다른 개인적인 해석은 지하에서 올라온 이들은 타지에서 온 이민자들이고,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렇게 미국을 만든 미국인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며 손을 잡고 타지인을 배척하며 펜스를 치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 결말을 보자, 실제 인간 레드가 결국 복제 인간 레드에게 죽임을 당하고 마지막에 차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 우리는 아들의 반응에 주목해야 한다. 엄마를 바라보는 아들의 그 겁에 질린 듯한 표정. 지하에 납치되었다 돌아온 아들은 모든 것을 눈치챈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루피타 뇽' 배우는 정말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에서 1인 2역의 역할을 소화하는데 어눌한 말투와 어색한 표정, 행동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가족 모두가 연기를 잘 소화하지만 영화가 전반적으로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잘 드러내는 것은 '루피타 뇽'의 공헌이 가장 커 보인다.
또한 그녀의 연기와 더불어 영화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 준 BGM은 오묘한 영화의 반전과 진행에 정말 완벽하게 들어 맞는다. 이런 시청 후에도 해석의 여지를 주며 고민거리를 주는 영화는 언제든 즐겁다. 생각보다 덜 무서우니 여러분들도 얼른 보러 가자. 이 영화는 모두에게 다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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