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물 장르는 언제나 꽤 반응이 좋은 소재다. 해외에서도 유명한 워킹데드, 나는 전설이다, 월드워Z 등 수많은 좀비물 장르의 히트작들이 있고, 국내에서도 부산행, 킹덤 등 다양한 작품들이 흥행을 거두었다. 특히 국내에서의 좀비는 서양 좀비와는 조금 다른 특징을 보여줘 K-좀비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고, 올해에도 '반도'와 '살아있다'라는 좀비 영화가 개봉을 했다. 오늘은 둘 중 최근에 넷플릭스로 공개된 영화 '살아있다'를 소개한다.
장르 : 드라마, 좀비물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 조일형
주연 : 유아인, 박신혜, 전배수, 이형욱, 오혜원
러닝타임 : 98분
평점 : ★★★☆
공식 소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의 공격에 통제 불능에 빠진 도시. 영문도 모른 채 잠에서 깬 ‘준우’(유아인)는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고립된 것을 알게 된다.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고립된 상황. 연락이 두절된 가족에 이어 최소한의 식량마저 바닥이 나자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진 ‘준우’. 하지만 그 순간 건너편 아파트에서 누군가 시그널을 보내온다. 또 다른 생존자 ‘유빈’(박신혜)이 아직 살아있음을 알게 된 ‘준우’는 함께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서는데...! 꼭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있다는 최근의 트렌디한 현실과 좀비라는 소재를 혼합하여 만든 영화다. 그리고 굉장히 제한적인 공간을 활용하여 기존의 좀비 영화와는 다른 느낌을 보여준다. 이런 특징 때문에 좀비를 제외하고는 등장인물도 많지 않다.
'줄거리 및 결말'
주인공 준우(유아인)가 잠에서 깨어나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켜고 슈팅 게임에 접속한다. 게임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밖에서 뭔가 심상치않은 일이 일어나는듯 하다. 준우는 티비를 켜고 뉴스를 본다. 뉴스에서 서울에 좀비(방송에서는 좀비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지만 그냥 딱봐도 좀비다)가 나타났다고 한다.
밖이 소란스러워 창밖을 보니 사람들이 아비규환 상태로 뛰어다니고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공격하는 좀비가 일부 보인다. 밖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현관물을 여는데 그 찰나에 옆집 사람이 그의 집에 황급히 들어온다. 그리고 그를 쫓아내려는 준우에게 화장실만 쓰게 해달라고 하고, 잠시 뒤 화장실에서 나온 그의 모습이나 행동이 수상해 보인다.
서서히 눈이 붉어지고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그가 준우를 공격하려 하자, 그를 힘으로 밀쳐내 집 밖으로 겨우 쫓아낸다. 겨우 한 숨 돌린 준우가 냉장고로 현관문을 틀어막고, 본인은 잘 있으니 꼭 살아남으라는 엄마의 문자를 보게 된다. 그리고 피곤한 그는 잠이 든다.
고립 2일째, 그는 젊은 세대답게 SNS를 이용해서 구조 요청을 한다. 뉴스를 통해서 좀비에 대한 정보를 얻고 드론을 이용해서 주변 상황을 확인해본다. 이미 아파트 주변은 좀비로 가득차 있고 어디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집 안의 통신도 모두 끊겨 컴퓨터 게임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준우는 다시 잠이 들고 밖에서 나는 소리에 깬다. 밖에서는 경찰이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그가 도와줄 방법이 여의치 않다. 좀비들의 주의를 돌려보려 큰 소리를 치지만 오히려 문 밖의 좀비만 그의 집으로 끌어들이고, 경찰은 좀비들의 사냥감이 된다. 그는 창가로 좀비를 유인해 창밖으로 떨어뜨리는데 성공한다.
그는 SNS 라이브 영상을 통해서도 자신의 상황을 전한다. 점점 음식도 다 떨어져 가고, 아파트에 공급되던 수돗물도 단수가 된다. 어느 날 갑자기 그의 폰으로 음성 메시지 하나가 전송되고 어렵게 창틀에 매달려 들은 메시지는 그의 가족들이 좀비들에게 공격받는 상황을 전해준다. 이성을 잃고 그는 집 밖에 나가 좀비들을 공격하지만 우르르 몰려오는 좀비들에게 결국 쫓기게 되고 도망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가족도 사라지고 삶의 의지를 잃은 그가 목 매달아서 죽으려 하는데 그 때 아파트 반대편 집에서 레이저 포인트가 자신을 비춘다. 정신을 차린 그는 다시 살기위해 끈을 풀어내고 맞은편에 있는 사람을 본다. 그녀는 김유빈(박신혜)이라는 또래의 여성으로 준우처럼 집 안에 숨어서 살고 있었다.
둘은 가끔씩 수신호를 주고 받으며 생존을 확인한다. 어느날 준우가 배가 고파하는 모습을 유빈이 보게 되고 그녀는 아파트 간에 줄을 연결해서 음식을 전달하려 한다. 하지만 단지간 거리가 꽤 있어 공을 던져 줄을 보내려는 그녀의 시도는 실패한다. 집에 드론을 갖고 있던 준우가 드론에 줄을 연결해 양 집을 줄로 연결하고, 유빈은 그 줄에 먹을 것을 실어서 보내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가 던진 공에 매달린 줄을 좀비가 붙잡고 아파트 벽을 타기 시작한다. 이 때 유빈은 줄에 매달려 있던 탁자에 맞고 정신을 잃는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준우는 다급하게 드론을 날려 건물에 매달린 좀비를 떨어뜨리려 하지만 작은 드론은 금세 좀비에게 붙잡힌다. 유빈의 집으로 좀비가 들어가려는 찰나에 다행히 유빈이 깨어나고 창틀에 매달린 좀비를 떨어뜨린다.
먹을 것이 다 떨어진 준우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가고 다른 사람의 집에 조용히 들어간다. 식량과 이어폰, 옷과 무전기까지 챙겨서 나오려다 좀비가 갑자기 나타나고, 허겁지겁 집으로 도망쳐온다. 그는 무전기와 먹을 것을 담아 유빈에게 줄에 실어 보낸다.
둘은 무전기로 좀 더 가까워지고 갑자기 아파트가 크게 울려 비가 오는 줄 알지만, 좀비가 단체로 이동해서 들린 소리였다. 그 순간 유빈이 실수로 테이블을 쓰러뜨려 그녀의 집으로 좀비들이 몰려오고, 무전으로 그녀의 집 호수를 알아낸 준우가 임기응변으로 옆집 인터폰을 울리게 해서 좀비를 따돌린다.
둘은 식량이 다 떨어져 가자 다른 집으로 이동하기로 계획한다. 유빈이 망원경으로 빈 집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 집으로 가기로 한다. 반대편으로 건너가기 위해 유빈은 등산용 로프를 묶고 밑으로 뛰어내리고, 수많은 좀비들을 헤치며 반대편을 향해 간다. 유빈이 위험에 처하자 그녀를 구하기 위해 준우도 내려오고 둘은 힘을 합쳐 아파트 안으로 무사히 들어온다.
아까 봐둔 집을 들어가려 하지만 문이 열리지 않고 근처의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인 상황. 그와중에 좀비떼가 몰려오기 시작하고 위기에 처한 순간 한 집의 문이 열리고, 그 집에 사는 이가 그들을 구해준다. 그는 굉장히 친절하게 마실 것과 먹을 것을 베풀어주는데 과도하게 친절하다. 그 때 갑자기 준우와 유빈이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고 그가 준 음식물에 약이 타있음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황. 그가 유빈을 끌고 방으로 향하는데 그 방에는 좀비로 변해버린 그의 아내가 있다. 그는 굶주린 아내 좀비에게 식량을 주겠다며 유빈을 방에 좀비와 단 둘이 가둔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준우가 그녀를 구하려 하지만 이미 늦었는지 방안에서는 정적이 흐른다.
집 주인은 방문을 열어보고 그 순간 튀어나온 아내 좀비에게 잡아먹힌다. 좀비에게서 무사히 살아남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빈은 총으로 둘을 모두 죽인다. 이 총소리가 너무 커서 주변의 좀비들이 또 다시 집으로 몰려든다. 이제 희망이 보이지 않자 유빈은 준우에게 자신을 죽여달라 총을 건네는데 이 순간 헬기소리가 밖에서 들린다.
흥분한 준우와 유빈은 다급하게 옥상을 찾아 올라가지만 이미 헬기는 멀리 가 있었다. 그리고 옥상문을 열고 좀비떼가 몰려오는 다급한 상황. 그 때 아파트 밑에서 군용헬기가 올라오며 좀비떼를 사살하고 그들을 구출한다. 군인들은 각각의 공간에 생존해 있는 이들의 SNS 확인을 통해 생존자들을 구조하고 있었다. 그렇게 무사히 "살아있다"를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리뷰'
이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원작에 대한 논란이 다소 있었던 작품이다. 실제로 영화는 'DEY' 작가의 네이버 웹툰 '데드데이즈'와 설정이나 상황 등이 굉장히 유사하다. 아무것도 모르고 봐도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비슷하니 논란이 되었던 것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웹툰과 영화는 아파트 내에서 벌어지는 내용이나 주인공들의 연령대 등 다양한 내용들의 유사함을 보인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원작이 데드데이즈가 아님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실제 원작 작품을 공개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의문이 해소되는 상황이다. 공식적으로 공개한 원작은 미국에서 제작한 영화 'Alone'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인 맷 네일러(Matt Naylor)의 시나리오를 조일형 감독이 각색하고 연출했기 때문에 살아있다의 원작자에 맷 네일러가 표기되어 있다.
물론 Alone의 각본도 맷 네일러로 되어있다. 영화 Alone 역시 최근에 제작된 작품으로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것으로 알고있는데, 그렇다면 시나리오의 유사성을 보아 2016년에 완결이 난 웹툰 데드데이즈를 맷 네일러가 참고했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집에 갇혀 좀비세상을 맞이한다는 설정이 한 번쯤 생각해 볼 법한 설정이라 사실 여부는 알 수가 없다.
어쨌든 이 영화는 K-좀비 신드롬을 이어가기를 기대했지만 생각보다는 반응이 기대에 못 미쳤던 영화다. 코로나 시국에 개봉하기도 했고, 관객들의 반응도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190만명이라는 수치는 나름 선방한 듯 보인다.
영화는 굉장히 좁은 공간에서 제한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기존의 좀비영화들이 방대한 스케일에 전국 각지를 뛰어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킨 것에 비해 비교되는 스케일이다. 등장인물 역시 좀비들을 제외하면 정말 소수로 거의 대부분을 준우와 유빈에게 포커스 맞춰 진행된다. 그만큼 좀 더 개인적 이야기고 실제 좀비 출몰 상황에서 인간의 변해가는 감정이나 행동들을 디테일하게 담아냈다.
이런 특징을 가진 영화이기에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배우 유아인과 박신혜의 연기가 전반적으로 큰 역할을 한다. 사실상 스크린의 비중 대부분을 배우 유아인이 가져가기에 일반적인 좀비물 장르의 영화와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극한의 재난상황에서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은 흡사 영화 '마션'을 떠올리게 만든다. 물론 상황이나 스토리 등은 전혀 다르지만 마션 역시 주인공 역할의 맷 데이먼 원맨쇼이기 때문에 비슷한 느낌이 있다.
이 영화가 기존의 좀비영화와 다른 점은 또 하나 있다. 바로 밝은 곳에서 모든 일들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밝은 배경은 필연적으로 수많은 수고로움을 만들어내는데 특히 어두운데서 부각되는 좀비들의 외형이다. 어두운 곳에서 좀비들의 분장은 다소 미흡하더라도 강렬한 포인트만 잘 살려주면 공포감을 충분히 잘 전해준다. 하지만 밝은 곳에서는 적나라하게 그 외모가 드러나기에 어설픈 분장을 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좀비의 표정이나 몸짓까지도 하나하나 선명하게 드러나니 여간 신경쓸 것이 많은게 아니다.
이 영화는 그런 부분에서 꽤 신경을 많이 쓴 듯 보인다. 좀비들의 움직임이나 표정, 섬세한 분장에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서 어색함이 전혀 없다. 밝은 대낮에도 충분한 공포감을 주는 좀비들을 제대로 보여준다. 아마 촬영 스케일을 줄여서 아낀 제작비를 좀비들에게 많이 투자한 듯 하다.
위에서 영화 마션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고 했는데, 이 영화를 보다보면 떠오르는 영화가 한 편 또 있다. 바로 영화 '엑시트'다. 두 영화 모두 재난 상황 속에서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는 남녀주인공의 노력을 담아내고 있는데, 차이가 있다면 온 도시를 휘젓고 다니는 엑시트에 비해 공간이 좁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을 통해 젊은 세대들의 특징을 여러가지 보여준다. 요즘 세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준우를 내세웠고 그는 헤어스타일부터 취미, 행동 등 많은 면에서 인싸의 느낌을 준다. 컴퓨터 게임과 드론, SNS 라이브 방송까지 요즘 사람들의 트렌디한 모습을 인상적으로 담아냈다. 심지어 영화의 제목에까지 해시태크를 걸어 인싸스럽게 지어낸 것을 보면 나름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듯 하다. 마지막에 구조 역시 SNS 구조 요청 메시지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하니... 감독의 의도가 이러한 기술의 발전을 칭찬하고 싶은건가 싶기도 하다.
나름 참신한 접근법을 보여준 좀비 영화로 기존에 흥행했던 작품들과는 상당히 다른 설정과 스토리를 보여준다. 한 번 볼만한 영화로 기존에 봐왔던 큰 스케일의 좀비영화를 기대하면 안 되고, 재난상황에서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포커싱된 스토리임을 감안해서 보기 바란다.
아래는 가장 대표적인 한국 좀비영화 '부산행'의 리뷰다.
https://dobi-freedom.tistory.com/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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