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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드라마.영화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리뷰 + 줄거리, 결말

by 도비삼촌 2020. 8. 25.


오늘은 우연히 알게 되어 본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리뷰한다. 이 영화는 소위 말하는 독립영화다. 3억원이라는 순제작비로 만들어진 영화지만 영화가 주는 가치는 300억 영화보다 못 할 것이 없다.



장르 : 드라마, 멜로, 로맨스, 판타지
등급 : 전체 관람가
감독 : 김초희
주연 : 강말금, 윤여정, 김영민, 윤승아, 배유람
러닝타임 : 96분
평점 : ★★★


공식 소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집도 없고, 남자도 없고, 갑자기 일마저 똑 끊겨버린 영화 프로듀서 ‘찬실’. 현생은 망했다 싶지만, 친한 배우 ‘소피’네 가사도우미로 취직해 살길을 도모한다. 그런데 ‘소피’의 불어 선생님 ‘영’이 누나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장국영이라 우기는 비밀스런 남자까지 등장! 새로 이사간 집주인 할머니도 정이 넘쳐 흐른다. 평생 일복만 터져왔는데, 영화를 그만두니 전에 없던 ‘복’도 들어오는 걸까?


독립영화는 감독의 의도를 굉장히 잘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주는 메시지도 확실하다. 제목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역설적인 제목으로 볼 수도, 혹은 진심을 담아 표현한 제목으로도 볼 수 있는 이중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두 가지 모두를 의도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줄거리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거창한 배경과 소품, 배우들을 쓰지 않은 영화기에 굉장히 소소한 인간사를 담고 있고 너무 많은 인물을 보여주려 하지도 않는다.



'줄거리 및 결말'


영화의 주인공은 찬실(강말금)이다. 찬실이는 영화 제작사의 PD로 아주 열심히 일만 하면서 40살까지 제대로 된 연애도 못 해본 캐릭터다. 그러던 그녀가 영화 제작에 착수하기 위해 고사를 지내고 회식을 하던 중, 해당 영화 감독이 회식자리에서 심장마비로 죽는다.

갑자기 그때부터 그녀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제작사에서도 짤리고 돈이 없어 단칸방으로 이사가서 세 들어 살게 된다. 당장에 수입이 없어지자 그녀는 친한 배우 소피(윤승아)의 도움으로 그녀의 가사도우미를 하며 살게 된다.


그녀의 집에서 일을 하면서 소피가 불어를 배우는 김영(배유람)이라는 영화감독을 알게 된다. 그녀는 그에게 금새 호감을 느끼게 되고 점점 좋아하는 마음이 커진다. 나이가 들도록 오랫동안 연애를 못한 그녀였기에, 더욱 연애가 하고 싶다.

찬실이가 세 들어 사는 집주인 할머니(윤여정)는 꽤 살가운 성격으로, 찬실이를 잘 챙겨준다. 그런 할머니가 마음에 드는지 찬실이도 한글을 가르쳐주고, 같이 집안일도 도우며 점점 더 친밀한 관계를 갖게된다. 할머니는 딸이 있었지만, 일찍 떠나고 그 빈자리로 인해 쓸쓸해보인다.

그리고 이 영화의 중간중간에 나오는 귀신 장국영(김영민)이 있다. 찬실이가 외롭고 힘들때면 나타나서 그녀의 고민을 들어준다. 귀신이라고 말하며 동해번쩍 서해번쩍 뛰어다니지만 하나도 무서운 귀신은 아니다. 그도 찬실이에게는 친구처럼 느껴진다.

영화에서 찬실이와 다른 이들과의 이야기가 조금씩 진행된다. 평생을 매달려온 영화제작이라는 일이 끊기고, 그녀는 하루하루 다른 가치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간다. 영화감독 김영에게는 자신의 감정이 앞서 고백했다가 차이지만, 친구로 계속해서 남게 되고, 그녀를 잘 챙겨주는 절친 배우 소피와는 항상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물론 자신의 감정은 상황에 따라 왔다갔다 변하지만, 그녀의 주변사람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녀가 자신의 인생에 중심을 잡게 되고, 그 순간부터 장국영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영화에서 장국영은 찬실이의 또 다른 자아다. 그녀가 힘들고 슬플 때는 런닝 바람으로 춥게 나타나고, 그녀가 행복한 순간에는 옷을 입고 나타난다. 그리고 자신의 중심을 잡은 후로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진지한 인생에 대한 고민을 통해 그녀는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일부터 시작하기로 마음 먹고, 영화뿐 아니라 다른 소중한 것들의 가치에 대해서도 신경쓰는 삶을 살기로 한다.



'리뷰'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도 찬실이는 일 자체에서 행복을 느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찬실이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감독, 배우, 스태프 등 자신과 행복한 관계를 맺어가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찬실이는 일을 잃었음에도 사람은 남은 복도 많은 인물인 것이다. 해당 업계에서 모든 것을 잃고 더 이상 남은 것이 없는 찬실이지만, 그녀의 주변 인물들은 그녀를 떠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그녀의 복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한 영화의 메시지는 그렇다.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은 내가 하고 있는 일 그 자체가 아니다. 그 일들로 만들어진 관계, 사람들 그리고 일 밖으로 돌아와서도 가족, 또 다른 사람들. 우리는 사람들과 부딪히며 세상을 살아간다. 어떻게 사람을 넘어서는 가치가 있을 수 있겠는가.

영화는 워커홀릭인 사람들에게 최적화 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 생각하며 일에 미쳐 있는 사람들. 그들은 일에서의 성공으로 가장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얻어진 성공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는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자신이 대단한 인재이고 능력자로 느껴져도,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차고 넘친다. 영화 속 찬실이도 그렇게 대체되었다. 그럼에도 내가 쌓아온 인간관계라는 것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쌓은 신뢰, 우정, 사랑은 그렇게 쉽게 무너질 수 없다. 쉽게 무너질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런 관계를 쌓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요즘은 사람의 소중함보다도 물질, 돈 등의 가치가 더 주목받고 있는 시대다. 정말 찐으로 자본주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의 계급이라는 부는 절대 행복의 척도가 되지 못 한다. 아무리 돈이 많은 부자라도 불행할 수 있다.

인간은 자본주의 시대 이전부터 굉장히 오랜시간을 살아왔다. 그리고 발가벗고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때에도 행복을 느끼며 살아왔을 것이다. 최근 들어 생겨난 자본이 가지는 가치가 훨씬 더 오랫동안 행복의 근간이었던 인간관계를 대체할 수는 없다.

물론 영화에서는 자본과 비교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점점 퇴색되어 가는 인간관계의 가치를 잊지 말자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힘들고 지칠 때는 주위의 사람들에게 기댈 것을, 혹시 기댈 수 있는 곳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만들어보는 것을 감독은 제안하는 듯 하다.

영화는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소소하고 굉장히 일상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독립영화의 진짜 매력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내 주변 어디선가 본 듯한 그 곳에서 한 번쯤 본 것 같은 있을 법한 캐릭터가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그들의 이야기는 비싼 돈을 들여 장황하게 만들어내는 영화보다 훨씬 싸게 내 관심과 집중을 가져간다.


나중에 누군가 내 삶을 영화로 만든다면 내 삶도 역시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닌, 독립영화가 될 것이다. 극중에 나온 이야기처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본다면 졸릴 영화가 아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좋아하는 이들도 다 독립영화의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영화의 배우들도 너무 좋았다. 특히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강말금은 정말 생소한 배우였는데, 왜 이제야 알게 되었는지 신기할 정도로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그녀의 자연스러운 일상 연기가 다소 밋밋할 수 있는 극을 생기있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의외로 눈에 익는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배우 윤여정과 윤승아, 강영민, 배유람은 사실 이미 다른 작품들에서 너무 익숙한 인물들이었다. 좋은 내용도 있었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기에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오랜만에 소소하고 따뜻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휴가 때 보기에 정말 적합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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